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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화 에피소드1

한껏 집중된 긴장감이 감도는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전신을 타고 번지는 묘한 전율이 느껴진다. 테이블 위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서류들이 줄지어 놓여 있고, 투명한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햇빛에 반짝이며 눈부시게 빛난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서류를 검토하는 이들, 부드럽게 깔린 카펫을 밟는 발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숨죽인 기침 소리가 이 공간의 무거운 공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오늘은 공시탈출의 엑싯 계약을 마무리 짓는 날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마구 뛰어, 손끝까지 떨릴 것 같은 긴장감이 전해진다.
긴 테이블을 둘러싼 사람들은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 대신 노트북과 법률 서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서류 사이를 뒤적이는 종이의 사각거림만 조심스럽게 들린다. 그 정적의 무게 위로, 내가 조심스럽게 계약서를 펼치는 소리가 길고 크게 울리는 듯하다. 눈앞에 펼쳐진 문서의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을 남기는 순간, 공시탈출이 걸어온 모든 시간이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간다. 회사를 창업하고, 사업 모델을 다듬고,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뛰어다녔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이 치열한 여정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결실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펜을 쥔 손이 서류 위를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내가 쓴 글자들이 짙은 잉크 냄새와 함께 종이에 새겨져 간다. 잉크가 가볍게 번지는 소리, 종이가 느끼는 미세한 촉감, 그리고 방 안에 감돌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폭발하듯 희열감으로 뒤바뀌는 경험—이것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해방감이다. 서명을 마치고 펜을 내려놓자, 여기저기서 “축하합니다”라는 말이 터져나오고, 악수와 인사가 연이어 이어진다. 마치 스프링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가 단숨에 풀려버린 듯, 그동안 느껴온 모든 압박과 불안이 일시에 해소된다.
계약서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면, 회의실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전경이 새삼스레 환하게 빛나 보인다. 때마침 베일 듯한 가을바람이 창을 타고 들어와 살짝 피부를 스치는데, 그 찰나의 시원함이 이 모든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곧 복도로 나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을 때,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평소보다 한층 밝아진 듯, 어느덧 묵직한 미소가 번져 있다. 창업부터 이 순간까지를 달려오며 느꼈던 무수한 감정이, 뜨거운 온기로 가슴 한구석에 잔잔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한동안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비행 레슨을 시작해보기로 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 창업하며 회사를 키울 때도 떨렸지만, 하늘을 날겠다고 마음먹은 지금의 설렘과 긴장은 또 다른 차원의 감각이다. 처음 가보는 비행 학교의 활주로 주변에는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들이 줄지어 서 있고, 엔진이 돌아가는 울렁거리는 소리가 공기 중에 묵직하게 깔려 있다. 갈색 톤의 활주로와 푸른 하늘이 선명하게 대조되는 풍경이 눈부시며, 아직 배우지 못한 세계가 바로 코앞에 있다는 사실이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인스트럭터와 함께 조종석에 앉아 계기판을 살펴보는데, 수많은 게이지와 스위치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이걸 정말 다 익혀야 하나?” 싶은 복잡함에 순간 당황스럽지만, 동시에 불타오르는 호기심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시동을 걸자 프로펠러가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진동이 등받이를 타고 내 몸에 그대로 전해진다. 가슴 깊은 곳이 울려 퍼지는 듯한 엔진음에 ‘이제 정말 하늘로 올라가는구나’라는 짜릿함이 몰려온다. 활주로에 들어서 기체가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하면, 마치 내가 세운 공시탈출을 처음 론칭할 때의 벅찬 감정이 다시금 솟구치는 느낌이 든다. 조종간을 살짝 당기는 순간, 바닥을 향해 있던 기체가 부드럽게 몸을 들어올리고,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첫 비행의 짜릿함은, 두려움과 희열의 중간 어딘가에서 맴돌며 전신에 파문을 일으킨다.
비행 연습을 마치고 난 뒤에는 곧장 여행 가방을 챙겨 바르셀로나로 향한다. 오랫동안 머릿속에만 그려왔던 세계 여행 계획을 실천해보자는 마음으로, 이제 막 자유로운 일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된 자신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주기로 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하자, 이국적인 공기의 따스함이 얼굴을 포근히 감싸고, 거리마다 활기 가득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각양각색의 건물과 회색빛 돌길, 그리고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그래피티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골목골목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빵 냄새와 따뜻한 커피 향은 아침부터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든다.
분주한 거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작은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바삭하게 구워낸 빵과 진한 에스프레소의 향이 코끝을 붙잡는다. 조그마한 탁자에 의자를 끌어 앉아, 카푸치노를 한 모금 머금자 혀끝을 달콤하게 감싸는 거품과 고소한 에스프레소의 향이 기분 좋은 전율을 일으킨다. 커피 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면, 따사로운 햇살이 건물 벽돌마다 아트처럼 물들고, 거리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도시 전체가 온통 느긋하고 낭만적인 기운으로 감싸이는 분위기에, ‘이게 진짜 자유지’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그렇게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며, 새로운 문화를 보고 듣고 맛보는 시간을 한껏 누린 뒤, 어느 날 문득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강뷰 아파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창밖으로 펼쳐진 강물과 도시의 야경이 시원스럽게 맞아준다. 문턱을 넘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물결이 함께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회화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늦은 오후엔 노을이 붉게 내려앉아 강물 위로 작은 불빛들을 깔고, 밤이 깊어질수록 도심의 불빛들이 은은하게 반짝여, 고요하면서도 세련된 야경을 만들어낸다.
창문을 살짝 열면, 신선한 강바람이 거실 안을 가로질러 나가고, 그 바람결에 실려 오는 물비린내와 도시의 공기가 묘하게 섞여 새로운 향을 만들어낸다. 소파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으면, 이제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더욱 넓은 세상을 향한 도전’에 대한 설렘이 느긋하고도 부드러운 파동으로 번져간다. 그동안 공시탈출을 키우느라 쉼 없이 내달리던 마음이, 이제야 차분히 안식을 찾는 듯하다. 동시에, “내가 원하는 만큼 더 도전할 수 있는 힘과 자유를 얻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공시탈출의 엑싯으로 얻은 이 자유가 단순히 재정적 이익이나 명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또 다른 도전을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기회이자 원동력이다. 첫 비행을 배울 때 느낀 하늘을 향한 설렘, 바르셀로나 골목길 구석구석에서 마주한 다채로운 문화와 맛, 그리고 한강뷰 아파트의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모든 것이 오감으로 생생하게 다가와, 나의 지난 시간과 미래를 동시에 비춰주고 있다.
지금 내 손바닥과 귀끝, 눈동자와 코끝, 혀끝까지 감각 하나하나가 “정말 이 순간을 즐겨도 되겠구나” 하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거친 회의실에서의 마지막 서명, 콧속까지 진동하며 윙윙거렸던 비행기의 프로펠러 소리, 바르셀로나 카페에서 맛본 깊고도 진한 커피 향, 그리고 한강에 비친 도시의 화려한 조명—이 모든 순간이 하나의 긴 영화처럼 이어져,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되었다. 모든 감각이 깨어 있는 이 삶이, 앞으로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워지리라는 예감에 감사와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이처럼 공시탈출을 통해 얻어낸 엑싯의 성취는, 또 다른 비상의 출발점이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응원이 되어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꿈꿀 수 없었던 하늘을 직접 날아보겠다는 용기, 낯선 도시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내일을 꿈꾸는 시간, 그리고 한강을 내려다보며 다시금 다음 목표를 그리는 여유—이 모든 것들이 그동안의 고된 노력에 대한 보상인 동시에, 앞으로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할 자양분이다. 이제는 이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며, 새로운 꿈을 향해 더욱 거침없이 비상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꿈꾸는 내일은, 하늘 어디쯤에서, 또 혹은 세계의 어느 골목 어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은 분명 오감으로 가득 찬, 환희의 순간들로 이어지는 길목일 것이다.